삼선산수목원을 여유 있게 둘러보고 영랑사에 도착했다. 영랑사는 삼선산수목원에서 차로 약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템플스테이 의복을 받고 숙소를 배정받았다.
배정받은 숙소는 휴심당 3번이다. 숙소 입구 기둥에 WiFi 안내가 되어 있었다. (아마 산속이 아니라 평지라 WiFi 연결이 잘되나 보다)
방안에 들어가니 따스한 온기가 반갑게 맞아줬고 이부자리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었다.
화장실 공간도 넓은데 세면대가 없는 게 좀 이상했다.
(헤어드라이기가 준비되어 있는 템플스테이 숙소는 처음 본다. 😳)
대부분의 템플스테이 숙박 시에는 개인세면도구를 모두 지참해야 한다. 보통 비누와 치약정도만 비치되어 있는 게 전부다.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 잘 안내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
영랑사 - 템플스테이
삼선산수목원 뒤편에 영랑사가 위치해 있어 영랑사에서 삼선산수목원으로 갈 수 있는 둘레길도 연결되어 있었다. 영랑사는 산에 위치해 있지 않았고 마을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면 삼선산 아래 평지에 위치해 있었다. 템플스테이 숙소 앞에 넓은 공간과 나무로 만든 오두막쉼터가 있어 여름에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햇살 좋은 날 차 한잔 마시면서 멍 때리기 좋아 보였다.
유형문화재 제15호 영랑사 대웅전이다.
You Tube - 자목상준을 검색하면 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저녁공양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사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영랑사가 규모가 큰절은 아니었지만 삼선산 산세에 둘러싸여 있어 산이 감싸주는 듯한 아늑함이 있었다.
영랑사를 둘러보다 관음전 벽면에 마음에 와닿는 글귀가 있어서 읽어보았다.
영랑사에서 불교대학도 운영하나보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종교가 불교라는데 좋은 말씀을 마음에 새겨듣고 실천하는 게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 해가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어른이란 굉장히 무거운 책임을 지고 가야 하는구나 라는 마음을 새삼 느낀다. 삶에 정답은 없겠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선 스스로 끊임없이 묻고 내 안에서 답을 찾아가야 한다.
나는 내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삶을 찾아가고 싶다.
영랑사를 둘러보다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졸린 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너무 귀여웠다. 템플스테이 숙소 안내문에서 강아지와 산책하기라고 쓰여 있었는데 아마도 이 강아지 인가보다. 엄청 순하고 착해서 사람도 잘 따랐다. 고양이들도 여러 마리 있었는데 다른 템플스테이 방문자분들께서 고양이와 놀아주고 있었다. 나중에 스님께 강아지 이름을 여쭤보니 니모라고 알려주셨다. 이름도 귀여웠던 '니모'
영랑사 사찰을 둘러보고 저녁공양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영랑사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둘레길 코스가 25분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영랑사 둘레길을 올라가다 보면 삼선산수목원과 연결되어 있다. 하루에 두 번이나 다시 이곳을 방문하게 됐다.
바쁘게 살다 보니 매일이 같은 반복의 일상이었다.
평소 일하지 않는 시간 이외에는 내 시간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는듯하다. 나 홀로 여행의 좋은 점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이다. 누구에게 간섭받을 필요도 없고 나에게만 신경 쓸 수 있기에 나와 마주하는 시간들이 생겨서 참 좋다.
한참을 걷다가 벤치가 있어 잠시 쉬어본다.
인생이란 큰 여정에서도 나만의 여행처럼 잠시 쉼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삼선산 정상까지 걷고 싶었으나 삼선산 정상은 찾지 못해서 영랑사 둘레길을 천천히 산책하고 내려왔다.
템플스테이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대부분의 사찰이 산사 또는 자연 안에 머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산책이나 등산을 하기 좋다. 나처럼 자연의 흙, 돌, 나무 등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템플스테이 여행이 안성맞춤이다. (강추합니다. 👍)
영랑사 둘레길을 내려오니 마을로 연결되어 있고 영랑사로 들어가는 길이 나왔다.
삼선산수목원을 다녀온 후 영랑사 둘레길까지 걷고 나니 배가 많이 고팠다. 공양간은 종무소 뒤편에 있었다. 공양간 들어가는 입구 쪽에 천막이 쳐져 있었다. 아마도 일요일 점심은 국수를 주신다고 안내되어 있는 걸 보니 공양간 자리가 부족해서 천막이 있나 보다.
실내는 정갈하고 깔끔했다.
배가 고팠는지 평소보다 훨씬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주지스님께서 밤에 배가 고플 거라고 체리를 챙겨주셨다.
다 먹고 설거지를 마치니 이번에는 공양주보살님께서
바나나와 떡까지 챙겨주신다. 물병을 안 가져왔는데 물병까지 챙겨주셨다. 공양주보살님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에 정말 감사했고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템플스테이 방문하신 모든 분들께 똑같이 간식을 챙겨주셨다)
물을 마시려고 보니 원두커피 내리는 기계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템플스테이 여행 다니면서 원두커피 기계까지는 처음 본다. 👍
저녁예불은 자율이지만 스님께서 저녁예불 시간 안내를 하시면서 참석하라고 권유하시길래 참석했다.
보통 다른 절들은 스님과의 차담이라고 해서 저녁공양 이후나 아침공양 이후에 차를 마시면서 스님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근데 특이하게도 영랑사는 저녁예불 후 (스님과 대화) 시간이 있었다.
영랑사 템플스테이 홈페이지
저녁예불이 끝난 후 스님께서 여러 가지 말씀들을 해주셨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 내용은 쉼이라는 공간을 만들라는 말씀이었다.
물론 명절이었지만 몸과 마음의 쉼의 시간을 찾아 여행을 온건 무척 잘한 결정이라고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이번 설연휴의 3일째 밤이다. 오늘밤만 자고 나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여행의 시간은 언제나 늘 아쉽다.
그래도 쉼이라는 행복의 시간을 가졌으니까 다음의 쉼을 위해 또 나아가보려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뿌듯한 하루였다.
잘 자야겠다.
전날 스님께서 새벽예불에 참석하라고 하셔서 새벽예불(06:00)에 다녀왔다.
어제저녁예불 때는 스님과 대화시간이 있었는데
오늘 새벽예불시간에는 스님과 참선시간이 있었다.
참선이라는 단어는 종종 들어보기는 했지만 정확히 어떤 행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는데 스님께서 명확하게 알려주셨다.
참선은 자신의 본성을 알기 위한 수행정도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오늘의 참선 주제는
'나는 부모로부터 태어나기 이전에 무엇이었을까?'
였다.
대웅전에서 새벽예불을 마치고 좌복에 앉아 눈을 감고 몇십 분간을 스스로에게 반복된 질문을 하다 보니 정신집중을 하기 어려웠고 자꾸 딴생각이 났다.
아직은 겨울의 이른 아침이라 춥기도 했고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
처음 참선수행을 해봤지만 매우 어려웠다.
참선을 마치고 아침공양을 했다. 후식으로 토마토주스까지 만들어 주셨다.
템플스테이로 사찰에 방문해서 공양을 먹으면 한 끼의 식사가 매우 감사하게 생각된다.
정성 가득한 건강한 식사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
참선을 하느라 힘들었는지 아침공양 후 숙소에 가서 그대로 잠들었다. 얼마나 깊게 잠들었는지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나 보다.
잠들었는데 밖에서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들려온다.
사시예불을 시작했나 보다. 밖에 나가보니 대웅전에서 스님들과 불자분들께서 예불을 드리고 계시는 중이었다. 설연휴 마지막날 맑고 파란 하늘에 햇살이 살며시 비쳐준다.
3박 4일의 여행일정 중에 마지막 일정만이 남았다.
얼마 남지 않은 영랑사에서의 시간을 거닐어 본다.
영랑사에서 둘째 날 점심공양을 먹었다. 신선한 나물들이 나와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1박 2일 동안 삼시세끼 너무나 잘 챙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었다.
어제저녁에 챙겨주신 간식도 남았는데 오늘 또 이렇게 떡과 과일을 챙겨주셨다.
연휴가 하루만 더 있었으면 하루 더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쉽지만 아쉬움이 있어야 기다림과 행복도 담아 둘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며 1박 2일 동안의 영랑사 템플스테이 여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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