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날씨가 좋은 날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엔 집에만 있기에는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의 시간이 너무나 아쉬워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4월부터 시간이 될 때마다 몸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서울 및 서울근교 산에 다니고 있다. 본격적으로 산에 다닌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렵지 않은 산부터 다니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는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왜 산을 다니는지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단지 운동하러 다니나? 그렇게만 생각했었던 것 같고 사실 별관심이 없었다. 한참 전에(아마 최소 몇 년은 지난듯하다) 2번 정도 산을 가본 적이 있었기는 하다. 하지만 그때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산을 선택했던 것뿐이었고 산을 다녀온 후에도 다시 산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산의 정상에 갔을 때 경치는 좋았지만 산을 다녀온 후 며칠 동안 온몸의 근육통에 시달렸던 기억만 난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난 후 작년 부처님 오신 날 전날 갑자기 시간이 생겨 경북에 있는 사찰 한 곳을 템플스테이로 방문하게 되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쳤고 서울을 떠나 어디론가 간절히 떠나고 싶었다. 기억으로는 부처님 오신 날 그날부터 2박 3일 연휴의 시작이었다. 6시간을 넘게 운전해서 소백산 기슭에 있는 사찰에 도착했다.
산 중턱에 있는 절(산사)이었지만 산에 가보려고 했었던 마음은 전혀 없었고 산 중턱에 있는 절인지도 모르고 찾아간 곳이었다.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절이라면 어디든 찾아갔을듯하다.)
첫째 날 밤을 보내고 그다음 날 아침, 아침공양을 하고 사찰을 둘러봤는데 아담한 절이라서 절을 둘러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뭘 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어제 사찰 종무소 직원분께서 여기가 소백산 중턱이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소백산에 올라갈 수 있으니 다녀와보라고 권유했었던 말이 생각났다.
날씨가 조금 흐리긴 했지만 특별히 할 것도 없었고 자연 안에서 산에 오르는 것도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소백산(연화봉)에 올라갔다.
산행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올라가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고 갑자기 비까지 내려서 정상까지 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다른 등산객들은 완전무장(등산스틱, 우비 등등)을 하며 산행을 했는데 나를 보셨던 분들이 아무것도 준비 없이 산을 오르는
내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하지만 비를 쫄딱 맞고 땀과 빗물에 범벅이 되어 소백산을 올랐던 그날을 기억이 생생하다. 물 한 모금이 그렇게 달고 맛있고 소중한지 몰랐었다. 온몸이 흠뻑 젖을 만큼 맞았던 비가 그렇게 개운하고 시원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가서 목표했던 곳까지 도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산을 오르며 자연 앞에 겸손해지며 나를 내려놓는 법을 조금이나마 터득하게 됐던 계기가 된듯하다. 아마도 그게 나의 첫 산행의 시작이었던 듯하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스스로 산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고 산에 다니며 몸의 체력도 기르고 마음의 근육도 키우는 중이다. 산에 다니니까 좋은 점들이 참 많다. 좋은 점들은 앞으로 차근차근 써보기로 하자.
오늘은 경기도 의정부시와 경기도 양주시에 사이에 있는 사패산에 가보기로 했다.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시간과 거리가 애매해서 차를 가지고 갔다. 주차는 의정부 호원실내테니스장 맞은편 주차장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었다.
(평일 오전시간임에도 주차된 차량이 꽤 있었음)
사패산 등산코스로 가기 위해서는 주차를 하고 주차장 밖으로 나와 우측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면 굴다리가 보인다.
굴다리입구 벽면에 산행을 가는 남녀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등산로로 가는 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패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호암사를 거쳐 가야 한다. 호암사까지 가는 길이 꽤 가팔랐다. 호암사로 가는 길부터가 등산의 시작이었다.
한참을 올라가서 이제야 겨우 호암사 일주문에 도착했다. 호암사까지 가는 도중 벤치가 보여 잠깐 쉬고 싶을 정도로 호암사까지 가는 길이 녹록치 않았다.
산길이 아닌 아스팔트 도로의 높은 경사길을 오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호암사입구 일주문에 도착하니 일주문 바로 왼편에 사패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여기까지 오니까 오늘 산행의 반은 한 느낌이었다. 🤣
이정표를 보니 사패산 정상까지 2.2km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나무테크 계단을 올라서니 이제야 등산을 시작했다는 설레는 기분이 전해져 온다. 아직 오전이지만 햇살의 따사로움이 느껴졌다. 산에 오를 때 나무들이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기도 하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무들을 보면 반갑고 또 고맙다. 🌳 💕 💜
등산로로 오르는 길에 커다란 바위가 만들어낸 동굴이 보이는 곳이 있었는데 출입금지🚫로 막혀 있어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가지 말라는 곳은 안 가야 한다.)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 듯 바위 위를 오르기도 하고 계단씩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계속 올라갔다.
천천히 오르다 보니 도시뷰가 보이는 전망도 나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잠시 쉬어가 본다.
산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그저 정상에만 빨리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좌우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정상으로 향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가 정상을 빨리 찍는 것이 나의 등산의 목적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 이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내가 산에 가는 이유는 정상에 빨리 도착하고자 하는 이유보다는 자연에서 쉼을 느끼고 호흡하고 산에 머물고 싶은 이유가 더 컸다. 그 후로는 의식적으로 천천히 걷고자 노력한다.
모든 것에 빨리빨리가 아닌 천천히 천천히 해보고자 한다.
산을 오르다 보면 오솔길처럼 편안히 걸을 수 있는 길도 만나고 울퉁불퉁 길인지도 모를 길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어느새 저만큼 내가 그곳까지 가있다. 힘듦을 겪으면서도 참고 이겨내면 저만큼 지금보다 조금은 더 높은곳에 내가 가 있는 것이다. 마치 인생의 어느 한 부분처럼 말이다.
인생이랑 다른 점은 등산로에는 정해진 이정표가 있는데 인생에는 정해진 이정표가 없다. 아마도
내가 만들어가야 할 나만의 이정표는 있을 것이다.
나의 이정표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한걸음 또 내디뎌본다.
사패산 등산로 곳곳에 등산로 이정표 잘 설치되어 있어 길을 찾기 어렵지 않았다. 사패산 정상 가는 길로 오르다 보니 도봉산(자운봉)으로 나뉘는 등산로 코스가 이정표에 나온다. 자운봉은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얼마 남지 않은 사패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마지막 고비를 넘어 사패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탁 트여 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주었다.
정상에 올라오기 직전 힘들었던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에 도착하니까 힘들었던 모든 걸 잊게 해 주었다. 크게 심호흡하며 숨을 들이마셔본다.
산의 정상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상쾌한 느낌이다.
사방이 탁 트여있어 마음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블랙야크알파인클럽(BLACKYAK ALPINE CLUB) BAC 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을 해뒀다.
블랙야크알파인클럽이 뭔지 잘 몰랐는데 산에 다니시는 분들이 추천해 주셔서 알아보니까 블랙야크 BAC 앱을 설치하고 산정상에 도착한 후 앱을 실행시켜 GPS로 인증을 하고 정상에서 본인사진을 찍은 후 인증사진을 올리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산에 다닐 예정이라서 앱을 설치했고 오늘 처음으로 인증을 했다.
이게 모라고 왠지 모를 뿌듯함? ㅋㅋ
여하튼 기분이 좋아졌다. 😁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BAC(Blackyak Alpine Club)는 대한민국의 대표 명산과 아름다운 섬을 탐험하여 아웃도어 활동을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입니다.
정상에서의 시원한 바람과 기분 좋은 감정을 더 오래오래 느끼고 싶어서 한참 동안이나 정상에 있었다.
사패산 정상석도 마음에 들었고 정상의 뷰가 정말 좋았다. 정상에서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배에서 밥 달라는 신호를 점점 보내와 어쩔 수 없이 하산하기로 한다. 아침에 계획에 없던 산행을 갑자기 오느라 미처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했다. 산에서 먹으면 뭐든 정말 맛있는데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내려가서 맛있는 거 먹기로 하고 산을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등산 시에는 항상 산을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조심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산을 내려갈 때 크게 다친 적은 없었지만 미끄러진 적은 몇번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사패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구급함상자가 눈에 띄었다. 산행 시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끝까지 안전이다. 안전 🫡
그리고 정해진 등산로 이외에 다른 길(샛길)로 가면 위험할 수 있으니 정규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 꼭!
아까 호암사 일주문까지 올라갈 때는 무척 힘들었는데 내려갈 때는 금방이다. 범골화장실이 임시폐쇄(2024.05.07~06.07) 되어 있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당분간은 호원실내테니스장 또는 호암사를 이용해야 할 듯싶다. 내려오는 길에 물소리까지 너무 맑아 기분 좋게 하산할 수 있었다.
기분 좋은 산행을 마치고 내려왔다. 날씨도 딱 좋았고 산행거리도 적당했다. 거의 다 내려와서 마주한 비석에서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라는 문구가 오늘의 하루를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 그럼 이만 안녕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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