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린 후 한 가지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겨버렸다. 어느 곳을 여행해도 좋긴 하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서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려면 가고 싶은 여행지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어디를 가볼까? 이런 생각을 하던 참에 문득 내가 좋아하는 여행은 어떤 여행이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래 기억에 남고 만족스러웠던 여행은 대부분 자연에서 거닐고 머물렀던 기억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여행지에 관심이 생겼다.
이 책에 관심이 생겼던 이유도 그래서다. 전국 곳곳에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글쓴이의 눈과 마음으로 섬세하게 풀어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 가고 싶은 여행지가 많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좋은 책을 만난다는 건 마치 들뜬 여행을 떠날 때의 설렘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사진들의 색감들이 청아하게 느껴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여행은 계절마다 다른 색상의 옷을 입고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책 속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 사진 속 어딘가에 머물고 있을 것 만 같다. 목차는 글쓴이가 다녀간 여행의 그곳 어딘가의 목록들을 정리하며 전국곳곳에 여행에서 머문 흔적들을 남겨두었다. 익숙한 지명이 목차에 있을 때는 반가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전국에 3대 전나무 숲길이 있다고 한다.
-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 광릉수목원 전나무 숲길
- 내소사 전나무 숲길
3군데 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사랑을 받는 곳들이다.
나는 광릉수목원 전나무숲길은 가봤지만,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아직 가보질 못했다. 월정사와 내소사 두 군데 사찰은 템플스테이도 운영하고 있으니 템플스테이 여행과 오대산 산행을 겸해 전나무 숲길까지 다녀오면 아주 좋을듯하다.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 치유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에 평온함이 생기는 듯하다. 치유의 숲은 10개의 숲길이 이어져 있다고 한다. 제주도 방언으로 숲길 이름을 지어 이름도 정겹게 느껴진다. 작년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바닷가 해안 쪽으로만 여행지를 다니다 보니 가보고 싶은 곳들이 너무너무 많았는데 다 가보질 못했다. 제주도를 천천히 느끼고 여행하려면 아마 1년도 많이 부족할 듯싶다. 다음 제주도 여행 때는 '치유의 숲'에 꼭 가보리라.
서귀포 치유의 숲
https://seogwipo.go.kr/healing/info/forest/layout.htm
여행 코스를 계획하면서 산이 ⛰️ 있는 지역을 방문할 때면 가급적 산행을 꼭 넣으려고 한다. 자연의 대부분은 아름답지만 산행이 주는 아름다움의 매력은 특히 더 황홀하기 때문이다. 삼척과 울진은 아직 가본 적이 없는 곳인데 바다와 함께 산과 계곡이 있는 지역이라서 나중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2022년 초가을즈음 충북 단양과 제천을 여행하면서 충주호 유람선을 탔던 적이 있었다. 호수가 굉장히 넓었던 기억과 주변 산세 경관이 매우 빼어났던 기억이 있다. 유람선을 타고 감상했던 경치는 배를 타는 시간이 짧아서 충주호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조금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때는 말목산이나 가은산을 산행하며 산과 충주호를 마음껏 바라보고 마음에 담아보고 온몸으로 느껴 보고 싶다.
나무는 그 자리 한 곳에서 무수한 인고의 세월을 견뎌 내고 그곳을 지켜낸 살아있는 역사이자 증거물이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역사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가 있는 나무들을 보호수나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돌보고 관리한다. 오래된 사찰들에서도 그 자리 한 곳에서 오랜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나무들이 있다. 그중 한 곳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통도사의 매화나무 자장매 (홍매화)이다.
-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 천연기념물 30호
- 영동 영국사 은행나무 - 천연기념물 223호
- 청도 운문사 처진 소나무 - 천연기념물 180호
- 장성 백양사 고불매(홍매화) - 천연기념물 486호
이밖에도 오래된 사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이 참 많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찰 여행(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그리고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나는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으면 그곳에 오래된 사찰이 있는지 찾아보고 사찰이 있으면 여행지로 방문하거나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사찰이라면 하룻밤 머무는 일정을 넣기도 한다. '통도사'는 아직 못 가봤지만 꼭 가보고 싶은 절이기도 하다. 봄이 오는 시기에 만개한 자장매(홍매화)를 보고 살아 있는 자연의 역사를 함께 하고 싶다. 나는 여행을 통해 자연이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자연 안에서 내가 숨 쉬고 살아 있음을 느낀다.
여행의 의미는 뭘까?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에서 만나게 된 자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의미 또한 정해진 것이 없듯이 여행의 의미 또한 정해진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내 여행에서 사람이든, 자연이든, 장소든, 음식이든 내가 어떤 여행의 의미를 부여할 때 비로소 내 여행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여행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여행을 좋아하게 되면서 여행과 관련된 분야에 관심이 부쩍 커지게 됐다.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를 통해 여행에세이들을 종종 읽고는 한다. 여행에세이를 읽기 전에는 타인의 여행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여행을 즐기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여행을 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책 - 내밀한 계절은 이런 나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시켜 주기도 하였고, 여행을 더 깊게 좋아하게 되는 요소들을 만들어 주었다. 책을 읽는 것이 직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글쓴이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책의 사진들은 글자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이면 책에 생동감을 넣어주어 전혀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해 주었다. 이 책에 나온 40여 곳 모두 방문해보고 싶을 정도로 글쓴이의 글이 울림을 전해주었다. 글은 소리가 없지만 때로는 소리보다 더 큰 감동의 울림을 전해주기도 한다. 한 장씩 책장을 넘기면서 글의 내용을 음미하듯이 책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방문했던 곳의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여행의 추억과 마주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행복의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을 때는 잔잔한 아쉬움이 남았다. 마치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아쉬움처럼 말이다.
내 여행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나는 매일 여행을 꿈꾼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나의 여행이고 그것이 내 여행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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