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 씨가 아닌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 제목에서 걷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배우 하정우 씨야 워낙 유명한 배우이니 모르고 있을 수도 없었고,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하정우 씨의 많은 작품들 속에서 하정우 씨의 열정적인 연기를 많이 봐왔던 터였다. 근데 걷는 사람이라는 하정우 씨는 어떤 사람이지?라는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고 내가 걷기에 관심이 생기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영화배우 하정우 씨가 아닌 걷는 사람 하정우 씨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은 선선한 가을이 됐다. 올해는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여름의 기억은 또 무뎌져 간다.
올봄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하고, 둘레길도 걷기 시작하면서 내 두 발로 걷는다는 기쁨을 알아가던 중이었다. 그렇게 초여름의 더위까지는 잘 걷다가 한여름이 되자 고비가 찾아왔다.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해서 산이나 둘레길을 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산에 가지 않아도 둘레길을 가지 않더라도 일상에서도 걸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때마침 이 책이 생각났다. 그렇게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고 그때 이 책을 읽게 됐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세상이 나를 버린 것만 같았을 때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정말 쓸모없는 사람인가?라는 자괴감에 빠져있었을 때가 있었다. 인생은 내 마음과 계획처럼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더 많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안에 동굴로 숨어 버렸다.
나는 삶이 무너져 내린 것만 같았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그때 나는 동굴밖으로 나오는 방법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고 생각했었다.
내 안의 나에 갇혀있던 때 나를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무척 힘이 들었고 밖으로 나올 때까지 시간이 꽤 많이 필요했었다.)
내가 걸을 수 있다는 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내 힘으로 내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앞으로 걸어간다는 게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가 움직이고 걸을 수 있다는 건 다른 모든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느낄 수 있는 일이다. 걷는다는 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행위인 동시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걷기로 했다.
걷다 보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보게 된다. 나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것이다.
삶은 여행과도 닮아 있지만 묘하게도 걷기와도 닮은 점이 많다. 걷다 보면 지쳐 힘들어지는 시기도 있고 잠시 쉬어가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때때로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다. 그리고 걷기를 통해 내가 깨달은 점은 남들보다 앞서 가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고 누군가에게 쫓기듯 걷게 되면 나의 걸음을 걸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가 타고난 환경이 다르다. 그리고 각자가 정해놓은 목적지도 다르다. 만약 목적지가 같더라도 서로 가고자 하는 방법이 다를 수도 있다. 나는 내가 걸어가는 속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지칠때츰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내가 원하는 목적지를 정하고 내가 가고 싶은 방법대로 선택해서 가는 것이다. 그 모든 건 내 결정이고 내 몫이라는 것이다.'
걷기의 좋은 점은 매우 많다. 글쓴이 하정우 씨의 말처럼 걷기는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선 한국의 사계절은 걷기의 여러 가지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많은 장소들을 가지고 있다.
혹독한 무더위와 매서운 한파는 걷기 여정을 힘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한여름 공원의 폭포, 한겨울 눈 쌓인 분지 등등)
나는 이 책에서 걷는 방법에 대해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이 책을 읽고 바로 실천하게 된 것이 바로 '나의 걷기 코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매일 걷고 있으며 나의 걷기 코스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 차후 포스팅에서 나의 걷기 코스도 소개해 볼까 한다.
배우라는 직업은 결코 녹록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예술적 분야의 직업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직장을 가지고 살아가시는 분들도 삶이 녹록지 않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우리는 간혹 일탈을 꿈꾸기도 하며 삶에 평범하지 않은 상태를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일탈은 삶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우리는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막상 일탈을 하게 되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탈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우리는 쉽게 일탈을 하지 못한다. 나는 '삶을 올바로 지탱하는 법' 중에 걷기가 가장 효율적이며 좋은 방법이라고 여긴다. 일단 걷기 위해서는 밖에 나가야 한다. 내가 움직이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도 걷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일 수 밖에는 없다. 걷게 되면 내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고 내 몸은 살아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준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삶을 올바로 지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내가 내 안에 갇혀 세상과 단절하고 있을 때 나를 밖으로 꺼내준 것이 걷기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지난한 무기력에 빠져 있을 때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서 나아가게 한 것이 걷기였다. 캄캄한 동굴 안에 갇혀 일어나기 조차 싫었을 때 내 두 발로 동굴밖을 나갔던 것도 나는 단지 걷기 위해서 밖에 나갔다.
그래서 나는 힘들 때일수록 걷기 위해 더 노력한다. 내 몸에 습관이 생길 때까지 말이다. 걷기는 내가 세상(밖)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되어준다.
하정우 씨가 책을 좋아하고 '독서모임'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나 또한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한다.
팬데믹 이전에 나도 독서모임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모임을 계속 유지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일이 바빠지면서, 책 읽기도 소원해지게 됐다. 그리고 독서모임은 내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걷기도 시작했다. 나는 아직까지 독서모임을 다시 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의 책 읽기와 걷기의 공통점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그리고 걷기와 책 읽기를 동시에 할 수도 있다. 나는 '독서산책' 코스를 만들어서 걷기와 독서를 같이 하기도 한다. 특히 날씨가 맑고 따뜻한 날은 걸으면서 책 읽는 것이 나에게는 행복이다. 나는 이렇게 걷기와 독서를 통해 나의 행복 요소들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배우로서 하정우 씨도 멋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나는 걷는 사람 하정우 씨가 더 멋있다고 느껴졌다. 하정우 씨의 걷기의 삶이 배우로 성공할 수 있는 성공의 밑바탕의 역할을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통해 글쓴이 하정우 씨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정우 씨의 삶에 대한 진솔함이 연기에도 투영돼서 그의 작품들이 더 빛나게 되는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책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배우 하정우 씨만 알았을 테고 걷는 사람 하정우 씨에 대해서는 몰랐을 것이다. 책은 내면에 있는 나를 끌어내 타인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좋은 글을 남겨주신 하정우 님께 감사드리며 하정우 님의 건승을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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