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계획해 두었던 경기도 남양주시 1박 2일 여행의 첫날이다. 맑고 푸른 하늘만큼이나 기분이 상쾌하다. 전날 미리 여행 짐을 챙길 때부터 여행의 기분으로 설레기 시작했다. 비록 1박 2일의 짧은 일정의 여행이지만 집을 나와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오늘의 첫 번째 여행지는 예전에 한번 방문했던 곳이다. 좋았던 기억은 있었지만 자세히 생각나는 추억이 없어서 다시 방문해보려고 한다. 마음속에 저장해 두었던 곳이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만의 여행을 즐기지 못했었다. 다른 이와 함께 여행하는 시간은 온전한 내 개인의 시간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들로 여행일정을 채우다 보면 조금 아쉬운 여행이 될 때도 있다. 물론 각각의 장단점은 분명히 있으니까 이렇게 또 혼자 방문해보면 그때 누리지 못했던 혼자만의 여행을 누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얼마 전 남양주시 오남읍에서 남양주시 수동면까지 이어지는 도로가 새로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오남호수공원 옆으로 한창 도로 공사가 진행 중 이었던걸 본 적이 있었는데 이제야 도로가 개통 됐나 보다. 서울은 늦은 밤이나 새벽시간대 빼고는 항상 차가 많은 편이다. 대도시에 인구가 많다보니 어쩔 수 없나 보다.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에 들어서니 막혔던 도로가 뻥 뚫렸다. 새로 생긴 도로로 들어서니 차들도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 1시간도 채 안돼서 벌써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인 '물맑음수목원'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접근성도 좋아지고 도로의 여건도 개선돼서 불필요한 시간들도 절약할 수 있고 지역주민들의 이동성도 확대 대서 정말 잘 된 것 같다.
주차를 하고 물맑음수목원 입구에 도착하니 방문안내소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방문안내소 모양이 나무 밑동 모양이라서 특이하면서도 수목원의 이미지랑 무척 잘 어울렸다.
물맑음수목원
주소 :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지둔로307번길 47-4
운영요일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운영시간 : 09:00 ~ 18:00
입장료, 주차료 : 현재 무료운영
(2024.05월 기준)
관리실 ☎️ : 031-590-4076
방문안내소에서 물맑음수목원 리플릿을 챙긴 후 프로그램 관련 안내가 있길래 혹시나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물맑음수목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에 대해서 잘 몰랐음)
물맑음수목원에서 운영하는 산림문화 프로그램, 산림치유 프로그램 등 모든 프로그램은 미리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해야지 이용가능하다고 안내가 되어있었다.
물맑음수목원 홈페이지
https://www.nyj.go.kr/forest/index.do
다행히 물맑음休(휴) 힐링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안내해 주셨다. 여행 다니면서 문화관광해설은 여러 번 신청해 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수목원에서 산림과 관련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수목원에서의 첫 산림 프로그램 참여라서 은근 기대되고 설레었다. 👍
프로그램 시작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목재문화체험관 내부를 구경했다. 건물 안 내부 복도에 목재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나무를 이용해서 만든 작품들이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감탄해하면서 감상했다. 그리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충분히 사용가능한 물품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물맑음수목원 직원분께 여쭤보니 슬기로운 목공생활이라는 목공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도마, 테이블, 트레이 만들기 등 미리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목공예 프로그램을 참여 할 수 있었다.
전시관 내부는 나무종류와 나무의 가치, 목재의 쓰임새 등 나무와 관련된 내용들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의 실생활에서 단지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지 나무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나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원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맑음수목원에 방문하시면 꼭 관람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강추 👍
목재문화체험관 내에 아이들이 나무로 만들어진 도구를 이용해서 놀이를 해볼 수 있는 방이 따로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도 비치되어 있어 가족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맑음休(휴) 힐링여행 프로그램 시작시간이 다되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물맑음수목원에서 운영 중인 모든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해야지 참여할 수 있으나 미리 예약된 스케줄이 없는 경우에 당일 방문자가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유동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시기도 하나보다.
프로그램 담당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자리를 이동했다.
첫 번째 도착한 곳은 큰 나무 한그루가 쓰러져 있던 곳이었다. 갸우뚱?? 이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된 음나무(엄나무)인데 2019년 태풍으로 쓰러진 뒤 물맑음수목원으로 가져오게 됐다고 한다.
이 음나무(엄나무)는 소원을 들어주는 소우미라는 나무라고 한다. 소우미에 대한 유래는 직접 가서 보세요
프로그램 담당 선생님께서 나무도 만져보고 소원도 빌어 보라고 하셔서 직접 나무를 만져보기도 하고 소원을 마음속에 빌어보기도 했다. 내 소원은 ... 🤫 쉿
프로그램 담당선생님께서 수목원 내에 있는 나무와 식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나뭇잎 🌿 과 나뭇가지를 직접 만져보라고 하시며 잎과 가지를 떼어 주시기도 하셨다. 계수나무 잎은 생긴 게 꼭 하트모양과 ❤️ 똑같아 신기했다. 생강나무는 진짜 우리가 알고 있는 쌉싸름한 생강향이 났다.
그리고 미스김라일락? 라일락은 들어봤지만 미스김은 또 뭐지? 🤣 식물이름에도 그 이름이 붙여진 유래가 있다. 이름이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된다.
미스김라일락 유래
미스김라일락 이름은 야간코믹(저의 주관적인 생각)하지만 꽃말은 매우 로맨틱하다.
미스김라일락 꽃말 :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 진실한 사랑
박쥐나무의 잎은 정말 박쥐처럼 생겼다. 우리에게 익숙한 배트맨의 그 모양처럼 말이다. 어쩜 이렇게 식물들의 이름을 잘 지어놓으셨는지 한번만 봐도 오래 기억될 듯싶다.
수목원에서의 이런 체험형 프로그램 참여는 처음이었지만 정말 잘 참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눈으로 보고 저건 이름이 뭐구나 저렇게 생겼구나 하고 눈으로만 담아가는 체험이 아닌 직접 만져보고 맡아보고 느껴 볼 수 있어서 자연과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리고 문득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단지 내가 느끼지 못할 뿐이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는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그중에 하나이고 일부라는 것이다.
나는 내 삶의 영역에서만 살아가고 있지만 자연이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공간에서 나는 자연의 생명들 중 하나이고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뿐이다라는 것이다. 프로그램 담당선생님을 따라 다음장소로 또 이동해 본다.
울창하게 드리워진 나무숲을 지나 어느 연못에 다다랐다. 여기에는 왜 멈춰셔시나 했는데 연못 안을 들여다 보고는 깜짝 놀랐다. 😳 우와~ 올챙이들이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징그러울 정도로 올챙이들이 많이 있었다. 여기는 올챙이 연못인가?
선생님을 따라 숲길을 걸었다. 숲길 한편엔 원두막도 보이고 나무그늘아래 벤치도 보였다. 오랜만에 원두막을 보니 정겨운 시골의 향수가 떠오른다.
머지않아 도착한 곳에 해먹? 이였나? 가지런히 꽤 많은 해먹 스탠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해먹 앞에 놓인 커다란 상자 안에서 프로그램 담당선생님께서 무언가를 꺼내주신다. 설마.. 했는데 우와.. 😍
알록달록 무지개 🌈 색상의 해먹그물을 꺼내어 해먹스탠드에 설치해주셨다.
내 기억 속을 헤집고 뒤져봐도 해먹을 경험했었던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첫 해먹의 추억은 오늘 물맑음수목원에서의 기억이 될 것이다.
조심스레 해먹의 그물 위로 몸을 뉘었는데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왜 해먹을 이용하는지 알게 됐음) 해먹에 누워 하늘을 쳐다봤다. 뭐랄까 나무들이 나를 감싸 안아주는 포근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고요하고 평안했다. 조금 더 누워 있으면 스르륵 잠이 들 것만 같았다. 이대로 잠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내 1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해먹체험을 끝으로 프로그램 시간이 끝났다. 1시간 정도였는데 너무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다음에는 친구나 아는 지인들과 함께 와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셨던 선생님께서 반딧불이 생태학습관을 추전 해주셔서 방문해 보기로 했다.
알고 보니 개관한 지 2달 정도 된 물맑음수목원의 인기명소였다. 작년 제주도 여행 때 애월에서 반딧불이를 처음 봤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새까만 어둠 속에서 반짝거리며 선명하게 빛나던 반딧불이의 불빚이 기억난다.
반딧불이 생태학습관 입구에 들어서니 엄지 척 👍 반딧불이 모형이 제일 먼저 반겨준다. 눈이 엄청 크고 귀엽게 생겼다. 반딧불이 생태학습관 직원분께서 말하기를 아이들이 방문하면 반딧불이 모형 바닥에 있는 하얀 돌을 주워서 반딧불이 모형 입에 가져다주며 먹으라는 시늉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의 발상이 너무 귀엽다고 말하시며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해 보이신다. 나도 따라서 반딧불이 모형에게 먹이를 줘봤다. 🤣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반딧불이 생태학습관 내부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생태계와 곤충, 반딧불이의 생태, 반딧불이 사육실등으로 관람하기 좋은 순서로 되어 있었고 시청각 자료실까지 갖춰져 있어 아이들의 자연학습시설로 방문하면 매우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될 것 같았다. 천천히 둘러보고 나오면서 반딧불이 생태학습관 안내데스크 직원분께 감사인사를 건네며 나오는데 직원분께서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아이들과 많이 방문한다는 말을 건네신다.
그러면서 친절한 미소로 작별 인사를 해주신다. (친절한 말씀과 안내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반딧불이 생태학습관을 둘러보고 밖에 나왔다.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살이 맞아주는 풍경은 그림보다 더 아름다웠다. 저쪽 건너편으로 이어져 있는 다리를 건너갔더니 햇살을 피해 파라솔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그쪽으로 가까이 가보기로 했다.
파라솔 앞에 경치를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의 고요와 평화가 찾아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잠시 쉬었다가 구경하지 못했던 다른 곳들을 보러 갔다.
이정표를 보니 위쪽으로 올라가면 식물원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어 길이 만들진 곳을 따라 올라갔다.
아기자기한 정원처럼 꾸며진 곳이 있었는데 나무와 꽃들은 계속 꾸미고 있는 것 같았다.
이어진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더니 '여유정'이라는 작고 아담한 정자가 나왔다. 정자의 위치가 물맑음수목원 위쪽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 경관이 매우 잘 보인다.
잠시 앉아 쉬면서 여유를 느껴본다.
물맑음수목원에 12개의 생태연못이 있다고 하는데 작고 아담하게 생긴 귀여운 연못을 발견했다. 만약 이곳에 사슴이나 토끼처럼 동물들이 살고 있다면 이곳에 와서 물을 먹었을 것만 같았다. 물 떨어지는 소리마저 좋아서 잠시동안 물멍에 빠져본다.
생태연못을 지나 길을 따라 걸어갔다.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있었고 나무데크로 길이 연결되어 있어 피톤치드(Phytoncide) 하며 산림욕 하기 좋은 곳이었다.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보니 곳곳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었고 물맑음수목원 이름답게 맑은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여름 피서지로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물맑음수목원으로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맑음수목원 안에 볼거리가 많아서 천천히 둘러보려면 하루종일도 머물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 일상에서는 느껴보거나 생각해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떠올랐다. 내가 의식하지 못할 뿐이지 자연은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라는 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걷고 자연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것. 자연에서 많이 보고 느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초록초록한 자연의 색감과 어우러진 조형물들이 재미있어서 계속 쳐다봤다. 누워있는 나무인형?
모습을 보니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나무인형을 보고 있으니 문득 만화영화가 하나 떠오른다.
'오즈의 마법사' 🤭 왠지 자연은 동화랑 닮은 구석이 많다. 잠시나마 동심의 마음을 가져본다.
신기한 나무들이 눈을 못 떼게 한다. 저 나무는 마법의 지팡이 인가? 혼자 이것저것 재미난 상상을 해보고 피식 웃음 지어본다.
주변이 온통 초록초록, 파릇파릇하다. 봄의 기운은 잠들어 있던 자연에 생기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분명하다. 나도 오늘 자연에 물들어 생기 가득한 기운을 받아본다.
물맑음수목원을 천천히 둘러보고 느린 우체통 앞에 도착했다. 느린 우체통이란? 오늘을 기억하며 쓴 엽서가 1년 후 배달된다고 한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비슷한 종류의 이벤트를 하는 곳들을 몇 군데 봤었는데 한 번도 해보진 않았었다. 지금의 내 마음을 담아 1년 후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볼까 했는데 1년 후 내가 어디 곳에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 보낼 곳의 주소를 작성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 마음을 담아 1년 후 나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잠시 고민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엽서를 1년 후 내가 살고 있을 주소지로는 보낼 수 없겠지만 내 이메일로는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엽서에 1년 후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적어서 마음을 작성한 엽서의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보냈다. (1년후 이사진이 이메일로 올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하루였다. 물맑음수목원을 다시 찾기를 참 잘했다 생각든다. 내 자신에게 셀프칭찬을 ㅋㅋ 도심에서 지친 스트레스를 없애고 자연의 품안에서 쉼과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적극추천 한다. 서울에서도 가깝고 아직까지는 입장료, 주차료도 무료다. 알차고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있다. 👍
가족, 연인, 지인, 혼자와도 만족할 수 있는 시간이 될거라 생각한다. 아쉽지만 다음에 또 와보기로 하고 오늘 머물곳으로 이동해본다. 물맑음수목원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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