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의 마지막 달
12월이 지나고 을사년(乙巳年)이 밝았다. 한 해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 순식간에 지나온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왔던 터라 12월을 보내는 이 시간이 감회가 새롭게 느껴진다. 올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시간을 되새겨보면 바로 산 ⛰️에 갔던 시간이었다. 산행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에 올 한 해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았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 동안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서울에 있는 산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서울의 여러 명산 중 올해 목표였던 세 개의 산중 하나였던 '도봉산'에 다녀왔다. (올해 꼭 가보고 싶었던 서울의 산은 1. 북한산, 2. 수락산, 3. 도봉산이었다.)
북한산, 수락산은 올해 이미 다녀왔던 터였고 이제 도봉산만 다녀오면 되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다 보니 언제 가야 하나 미루고 있던 때에 평일에 시간을 내 도봉산에 다녀왔다.
서울 지하철(1호선) 도봉산역에서 도봉탐방지원센터 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도봉산역에서 도봉탐방지원센터까지 걸어가는 곳 주변에 등산객들을 위한 식당들과 편의시설들이 꽤 많았다. 제법 크게 '도봉산 만남의 광장'까지 있는 걸 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인가 보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보이긴 했다. 도봉탐방지원센터에 도착! 오늘 산행의 시작이다.
도봉산은 북한산국립공원 내에 속해 있는 산 ⛰️ 이다.
높이는 740.2m이며, 가장 높은 봉우리는 자운봉이다. 산 전체가 큰 바위로 이루져 있고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주봉, 우이암과 서쪽에는 오봉과 각 봉우리들이 기복과 굴곡이 다양하여 절경을 이루고 있는 산이라고 한다.
국립공원은 길도 잘 정비되어 있고 안내 표지판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덜했다. 화장실 및 주변 편의시설들이 많아 등산초보자분들도 큰 걱정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어 등산 초보자분들께 추천할만하다. 안내표지판을 보고 도봉산 정상(자운봉)쪽 가는 길로 따라 걷다 보니 북한산생태탐방원(국립공원산악박물관)이 보였다. 살짝 방문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으나 오늘은 정상에 먼저 도착해야 해서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분소가 보이면 왼쪽으로 가면 된다. 크게 심호흡 한 번하고 오늘 산행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본다. 아자! 🫡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는 왼쪽으로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산에 올 때면 종종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게 되곤 하는데 물소리 만으로도 마음이 힐링되는 걸 경험하게 된다. 언뜻 보아도 물이 참 맑고 깨끗해 보였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어떤 것에도 견줄 수 없다는 걸 새삼 또 느낀다.
등산로 곳곳에 식물에 관한 정보를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도봉산에 이렇게나 많은 사찰이 있는지 몰랐었다. 천진사, 성불사, 승락사, 구봉사, 천축사 등 그중에 천축사는 템플스테이도 운영하고 있나 보다.
나무들 사이로 돌로 된 계단을 오르며 점점 고도가 높아져 간다. 아직은 등산로 초입이라서 걷기에는 괜찮았다.
눈앞에 사진이 걸려있는 듯한 액자가 보여 가보니 선인봉 PHOTO POINT 📷 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고개를 들어 멀리 쳐다보니 나무들 사이에 가려지긴 했지만 선인봉의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가 보였다. 이름이 자꾸 울릉도의 성인봉이랑 헷갈려서 같은 이름인 줄 알았다. 😅 도봉산은 선인봉,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 성인봉이다. 잠시 앉아 휴식도 취할 겸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오늘의 점심은 '김밥과 밤양갱' 산에서 먹으면 뭐든지 다 맛있다. 😁
간단히 요기후 다시 출발! 계곡물이 흐르는 도봉 1교를 건너 나무계단을 계속 올랐다. 이쯤 오니 산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까운 곳에 까마귀가 앉아 있길래 사진 한컷 찍어봤는데 까마귀라는 이름답게 정말 새까맣다. 🤣 그래서 까마귀겠지만~ 자운봉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1.2km 힘내서 아자! 👣
도봉대피소에 도착! 여기까지는 크게 힘든 줄 모르고 올라왔다. 도봉대피소에 화장실이 있다.(급하신 분들은 볼일 보시고 가세요) 도봉대피소를 지나고 나니 계단의 경사가 가파르고 고도가 점점 높아진다.
천축사를 지나고부터 경사가 높아져서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심장 뛰는 소리가 몸으로 전달되며 내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산을 올라갈 때면 내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크게 숨쉬며 걸었더니 이내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주변 경치를 조망했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이 이만치 가까이 있는 걸 보니 높은 곳에 올라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마당바위라는 이름은 바위가 넓은 마당처럼 크고 넓어서 붙여진 이름 같다. 마당바위에서 고양이 2마리가 등산객분들이 주신 것으로 추정되는 간식을 먹고 있는 듯했다. 길고양이가 아니라 산고양이 인가? 잠시 한숨 돌리고 마당바위쉼터를 지나 능선을 따라 자운봉으로 향했다. 이정표를 보니 이제 400m만 남았다.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어서 위를 올려다보니 웬 고양이 한 마리가 시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너의 집을 침범한 거니? 살짝 지나 만 갈게 😁😻
살짝 올려다보니 자운봉까지의 거리의 경사 높이가 만만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천천히 한 걸음씩 올라가 본다. 다행히 올라가다 숨이 턱턱 막힐 때쯤 선인쉼터가 나왔다.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있고 구급함도 배치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국립공원이다 보니 쉼터 및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나 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순간이 생길 수도 있으니 잊어버리지 않게 기억해 둬야겠다.
선인쉼터에서부터 올라가는 길 등산로의 경사가 급격히 가파르고 높아졌다. 여기서부터는 더욱 조심히 천천히 올라갔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안전이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잠시 뒤돌아 보니 구름에 가려진 하늘의 모습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도봉산에서 가장 높은 곳은 자운봉(704.2m)이지만, 깎아지는 암벽으로 인해 산행이 금지되어 있어, 맞은편에 있는 신선대가 정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도봉산 신선대 정상까지 마지막 한고비만 넘어가면 됐다. 바위로 이루어진 등산로가 보기만 해도 아찔해 보였다. 😬
드디어 도봉산 신선대 정상 도착!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 신선대 정상까지 약 1시간 50분 정도 소요됐다.(약 10분 휴식시간 포함)
앞서 가던 어떤 아주머니께서 무섭다는 듯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시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내가 직접 올라와 보니 주변이 아찔하긴 했었다. 정상에 올라왔으니 사진도 남기고 주변 조망을 바라보는데 경관이 예술이다. 산의 정상에 도착할 때 기분이란 올라오는 수고로움을 모두 잊게 해 준다.
신선대 정상은 주변에 가리는 게 없어서 탁 트인 전망이 가슴을 뻥 뚫리듯이 시원하게 해주었다.
신선대에서 자운봉을 바라보니 왜 사람들이 도봉산을 많이 찾아오는지 이제야 이유를 알게 됐다. 주변 경관도 매우 빼어날 뿐만 아니라 기암괴석의 모습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사진에서 보던 모습보다 실제로 보니 그 자태가 더 실감이 났다. 👍
신선대 정상은 공간도 좁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내려갔다. 내려갈 때 계단을 바라보니 이 높은 곳을 어떻게 올라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조심히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항상 산에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안전 🫡) 내려갈 때도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이 많이 보였다. 🐱
하산길은 마당바위 쪽이 아닌 특수산악구조대 방향으로 가보기로 했다.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는 것보다는 다른길로 가는길이 있다면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보는것을 더 선호한다.
산에 올 때면 엄청나게 큰 바위들을 보게 되곤 하는데 바위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놀라곤 한다. 좀 엉뚱하지만 공룡알을 보는 것만 같다. 등산로 옆길에 쓰러진 나무도 보였는데 저 큰 나무가 쓰러질 정도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나무와 산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본다.
경주 석굴암은 워낙 유명하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도봉산에도 석굴암 암자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전국각지에 똑같은 이름의 사찰이 많은 걸 보면 이름이 같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도봉산 석굴암은 청룡도라는 탱화가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이라고 한다. 다음에 도봉산에 올 때는 석굴암 청룡도를 보러 가봐야겠다.
하산길에 마주한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특수산악구조대에는 화장실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국립공원은 곳곳에 화장실이 많아서 좋다.
특수산악구조대 방향 하산길은 주변 산봉우리들이 바람을 막아주어 한결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
바람이 없으니 산이 나를 포근히 감싸준다는 느낌이 든다. 중간에 쉼터도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았다.
특수산악구조대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니 아까 지나쳤던 도봉대피소에 도착했다. 도봉대피소 앞에도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도봉대피소에는 도봉산장이라는 곳에서 차와 음료 그리고 커피를 판매하는 듯 보였다. (이용해보진 않았음)
도봉대피소를 지나 아까 올라왔던 길로 하산을 했다. 아까 올라가면서 봤던 길이라서 그런지 낯설지 않았고 등산로 길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안도의 친근감인가?)
오늘도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해 준 도봉산에 감사한다. 🙏 도봉산은 첫 방문이었지만 국립공원답게 등산로 길도 잘 마련되어 있었고, 중간중간에 쉼터들도 많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신선대 정상에 도착하면서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자연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산이라는 자연은 우리에게 보여줄 선물을 늘 간직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연은 우리에게 열려있는 보석 같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도봉산 산행 이동 경로
도봉탐방지원센터 ➡️ 도봉대피소
➡️ 천축사 ➡️ 마당바위 ➡️ 신선대정상
➡️ 특수산악구조대 ➡️ 도봉대피소
➡️ 도봉탐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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